나는 회사에서 그냥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인데,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진취적인 사원이 되란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니까 뭐든지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란다. 오픈월드 게임은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게임이란다. 모든 것이 너의 선택이고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니까? 만 갈래로 찢어진 갈래길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만 개나 되는 길은 만가지 책임을 의미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아주 잘 안다. 뭐든지 골라보렴. 뭐든 다 잘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건 모두 네 선택이란다. 끝없는 자유가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자유 뒤에 따라올 고난의 길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 '주인'인 우리가 모두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만 말한다.

 대학교에 갈때까지만 해도 인생의 퀘스트는 꽤 단순했다. 초등학생이라면 중학교에 가시오.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가시오. 고등학생은 대학교에 가시오. 물론 대학교부터는 조금 '자유도'가 높은 퀘스트긴 하지만, 어쨌든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고르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학교 이후의 삶이었다. 취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고, 취업 이후는 더 막연했다. 회사에 들어갔다고 끝이 아니라 내 스스로 주체적으로 커리어를 개척해나가야 한단다.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 웃기지도 않는다. 근 20년을 시키는 것 하라고 등을 떠밀어놓고는 한 5년정도의 유예기간만 주면 모든 것을 알아서 잘하는 척척박사가 되리라는 기대는 최악이다. 유예시기를 거쳐 최악의 기대에 부응한 아이들은 알아서 잘 살고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든 얼레벌레 살며 '사장님이 미쳤어요' 현수막이 붙은 타이어 가게 사장처럼 살아간다. 조금 넋빠진 주인이 되는 셈이다.

 넋빠진 주인들도 주인이니까 책임은 져야 하지만, 넋이 빠진 만큼 대충 살고싶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넋이 빠져있다. 혹시 누가 나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다거나, 뭐 해야 좋을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없었나? 그렇다면 당신도 넋빠진 주인이다. 제정신인 채로 진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건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대충 살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정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니. 미켈란젤로가 아닌 사람에게 대리석을 갖다주고 사람을 만들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 없을텐데, 세상은 우리 앞에 돌덩이 하나를 던져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힘들다 이거예요.

 이런 흐름으로 나는 사람들이 왜 피학을 통한 쾌락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쾌락조차 머리를 써가면서 얻어야 하다니 너무 힘들지 않은가? 노예를 즐겁게 해주려면 적당히 저질스럽고 쾌락을 줄 수 있는 말을 골라야 하고, 어떻게 해야 새롭게 저질스러울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해야 한다. 내 인생의 주인 되기도 힘든데 쾌락의 주인님까지 해야 한다니 아주 귀찮은 일이다. 그들, 노예휴먼들은 현대인의 멘탈리티를 대변하는 인물들이었던것이다.(물론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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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타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토니 타키타니였다. 

 

토니타키타니라는 영화를 봤다. 참으로 외로운 영화다. 채울 수 없는 것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존재를 알게 된 순간 결코 그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건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있다는 것은 곧 없음의 뒷면이다. 있음의 부재에 있는 없음은 처음부터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빈자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건 아마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영화음악이 정말 좋고, 연출이 소설을 영화로 그대로 만들어놓은 듯 독특하다. 걸어가듯 바뀌는 장면을 영화는 슬라이드를 통해 옆으로 밀듯 처리한다. 갑자기 등장인물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나레이션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아, 이건 소설이구나. 영화를 보고 있는데도 그렇게 느꼈다.

에이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에이코 역시 나름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빈자리를 옷으로 채우려고 했을 뿐이다. 토니는 자신의 빈곳을 에이코로 채우려 했지만 에이코의 빈곳을 채울 수 있는 것은 토니가 아니었다. 단지 그 뿐. 세상엔 외로움이 너무도 많고, 사실 완벽하게 누군가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의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나를 내던지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꽤 이기적인 결심인 셈이다. 에이코를 좋아했던 이유인 옷이 끝내 에이코를 죽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 역시 아이러닉하다. 사실 토니는 자신의 외로움에 에이코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에이코의 외로움은 잘 몰랐을 것이다. 그건 토니가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누운 배 리뷰 -<배가 삭지 않도록>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후 '배'는 한국인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자리잡은 상징이 되었다. 배는 진실이기도 했고, 사람들이 회피해온 책임이기도 했고, 희생당한 아이들 그 자체이기도 했고, 차가운 절망의 바닷속에서 끌어올려야만 할 희망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때로 옳았고, 때로 옳지 않은 뜻이 되어 스티커처럼 떼어졌다 또다시 붙었다. 배는 여전히 배였으나 배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상징성만은 거품처럼 불어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배에는 어떤 '진실'이 있는가? 무성한 정치적 음모론도, 정권에 대한 비난의 도구도 아닌 성긴 규제와 안전불감증이 엮어낸 참혹한 결과만이 진실이다. 소설 <누운 배>는 이 거대한 사건의 그림자 안으로 기꺼이 발을 들인다. 이야기의 얼개는 전혀 다르지만 배를 둘러싼 상징의 변화, 이해관계 속에서 썩어가는 배의 모습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배가 쓰러졌다. 배는 왜 쓰러졌을까? '왜'는 그리 중요치 않다. 누구도 원인을 알고자 하지 않고, 책임을 지고자 하지 않는다. 처음 배는 단순히 보험사에게 최대한 많은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배를 일으키기로 한 순간부터 회사의 희망이자 애물단지가 되었다. 배의 의미는 수시로 변화했고, 그럴수록 진실은 가라앉아만 갔다. 사실 모두 알았지만 모르는 체 했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은 하나둘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건져낸 배는 어떠한가? 완전히 썩어있었다. 갈 곳 없는 책임의 결과란 허망한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배의 진실은 텅 비어있다. 썩어버린 배는 회사 그 자체가 되어 사람들을 갉아먹었다. 문제가 드러난 후에도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다. 지상에 드러난 문제 위로 쌓이는 문제만이 옛 문제를 감출 뿐,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누운 배는 사회소설의 형식을 띄고있지만, 동시에 기업소설이기도 하다. 저연차 사원 '문 기사'의 시선은 회사의 허위와 모순을 날카롭게 포 떠내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빼곡한 전문용어와 상세한 묘사는 독자의 눈 앞에 그려질 듯 생생하게 중국 내 한국 조선소의 모습을 그려놓는다. 그곳에서 책임은 최대한 져선 안될 것이며, 모두의 문제는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아주 기초적인 자료조차 필요로 하기 전에는 제대로 구비되지 않으며, 높으신 분의 뜻만 있다면 무엇이든 단번에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돌아간다. 사람들은 혁신을 말하지만 그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뿐이다. 업무와 성과를 원하는 이는 버티지 못하고, 줄을 잘 서서 안온하게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만이 살아남아 자리를 지킨다. 그들이야말로 회사라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물이다. 그 속에서 고작 3년차 사원의 자리는 늘 불안하다. 그는 숙이지 못하는 오 팀장을 연민하면서도 어리석다 생각한다. 결국 회사에 젖는 것만이 이 거대한 조직에서 살아남는 오직 단 한 가지 방법인양 느낀다. 그런 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신임 사장인 황 사장이다. 황 사장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으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황 사장의 모습을 보며 문 기사는 진짜 회사가 무엇인지를 반추한다. 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개인은 거대한 조직 앞에 꺾여나갈 뿐이다. 끝내 황 사장역시 관료주의의 굴레에 패배하고만다. 젖어버린 사람들 속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누운 배 그 자체가 되었다. 문제와 문제를 먼지처럼 뒤집어쓴 채 썩어가는 것 만이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미래다. 그대로 녹슬기에 미래는 너무나 길다. 그는 아무런 기약 없이 회사를 떠난다. 마치 예정되어있던 것만 같은 결론이 씁쓸하다.
회사를 선택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임금 수준, 둘째 비전,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동료. 문 기사의 판단 속 회사는 그 어느것도 갖추지 못했기에 퇴사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구나 그와 같은 이유로 퇴사를 꿈꾼다. 썩어가는 배 속에서 배 안의 부품이 되기 전에 물 위로 올라가기를 원한다. 이 소설을 읽은 모든 회사원들은 떠올렸을 것이다. 내가 탄, 혹은 나라는 배는 가라앉은 채 썩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젊음을 돈으로 바꾸어가며 하루하루 늙어갈 뿐인 것은 아닌가? 회사 안에도, 회사 밖에도 그 어느곳에도 완벽한 미래는 없는데 그저 도피할 뿐은 아닐까? 질문에 답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문제를 문제라 여길 수 있다면 결코 늦지 않았다.

배는 조선소에만, 차가운 바닷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침몰한 채 삭아가는 모든 문제다. 문제가 문제로 남지 않도록, 모든 배가 물 속에서 삭아가지 않도록 결코 눈을 돌려선 안된다. 우리 안의 배를 직시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한 배는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p.s.
회사란 무척 남성적인 조직이다. 특히 중공업/운수업 등의 전통적인 남성성이 지배하던 업종은 더더욱. 작중 존재를 식별할 수 있는 여성 직원은 왕준매와 주 기사, 단 두명에 불과하며, 임원 급에는 단 한명도 없다. (작 중 주 기사는 입사 3년차가 되었지만 진급에서 누락되었으며, 본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급이 누락된 것이 아닌지 분노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올해 첫 여성 등기임원을 발탁했다. 작가는 실제로 조선소에서 약 3년간 근무한 남성이다. 서술자의 서술을 전부 작가 개인의 생각으로 볼 수는 없는 법이지만 나이브한 남성성에대한 환상이 섞인 묘사는 옅은 안개처럼 불쾌하다.
"그때 조선소에 뱃사람이 많았다. 마음에 안 들면 술판을 뒤엎듯 용접기 가스통을 내던지던 남자들. 무식하고 단순하고 저돌적이지만 비열하지 않고 저의가 없는, 순박하되 편협하지 않고 의리를 알되 야합은 모르던 남자들, 그 남자들은 낙천적이지만 게으르지 않았다."
그들이 순수하고 의리를 아는 진정한 '남성'인가? 도대체 남성성이란 뭔지. 그들이 그 일을 했던 것은 그들이 순박하고 의리를 아는 사람이기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그 일이 여성에게 개방되지 않았기때문이다. 남성적 세계관은 여성의 자리를 지우고 그 자리를 남성에 대한 나이브한 회상과 환상으로 채워넣는다. 소설의 남성성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왜 개인의, 특히 남성의 일탈과 허무함은 성에대한 탐닉 끝에 느끼는 허무로 귀결되는가? 타성에 젖어버린 문 기사의 모습을 표현하는 수단이 여자를 사서 놀고, 끝내 허무감을 느끼는 모습인 것은 실제 그러한 모습이 현실에서 흔한 모습이라고 할 지언정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 현실의 거울이라는 말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기에 더욱.

 

편도염

~면역력 증진을 위해 힘쓰는 인간이 되자!~

 

0일차

 목이 조금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침을 삼키는 동작이 왠지 어색하고 뻣뻣하게 느껴졌다. 목이 아픈데 조금 피곤하다. 마침 오늘밤에는 야간작업이 있다. 내일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 작업이 끝난 후 돌아와서 내 공간이 아닌 찬 바닥에 몸을 뉘었다. 너무 더워서 튼 에어컨이 오히려 조금 춥게 느껴져 이불 안에서 몸을 웅크렸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1일차

 몽롱하게 어, 이렇게 목이 따가워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오늘 일을 하는 게 맞는지, 병가를 내고 집에 가는게 좋은지 고민했다. 목이 아프다니. 이거, 설마? 불길한 생각도 함께 들었다. 확진자 대규모 발생 스팟에 간 적도 없고, 열감도 없었지만 괜히 불안감이 들었다. 9시가 되기 전 팀장님께 오늘 병가를 쓰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혹시 몰라 1339에 전화했더니 열이 없으면 그냥 병원에 가란다. 별 수 없이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 당신은,

편도염이네요.

편도염! 뭐야, 다행이다. 별 거 아니네. 편도염인데 열이 안났냐는 의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마치 저주하듯이 곧 날거라고 대답해주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약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못잔 잠을 보충하고는 꼬박꼬박 약을 챙겨먹었다. 이날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2일차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니 무의식적으로 자꾸 침을 삼키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침을 삼킬수록 목이 아프다. 목구멍을 이리저리 늘려서 길을 막아놓은듯한 고통에 수시로 깨기를 반복했다. 서랍을 뒤져 생리통용으로 샀던 이지엔식스를 삼켰다. 아침식사는 정말이지 먹을 수가 없어서 어제 먹던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퉁퉁 부은 편도를 스치는 모든 음식물이 나를 서럽게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서럽다.... 먹고 자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을 끓여먹고 다시 잤다.... 내가 자는 새에 부모님은 두분이서 1박 2일로 놀러가셨다. 이 집에 있는 것은 골골대는 인간 하나와 고양이 한마리.... 벌써 서럽다. 약기운이 떨어질 쯤 눈을 떴다. 빨리 뱃속을 채우고 약을 먹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겨났다. 꾸역꾸역 밥을 끓여 먹고(맛없음) 약을 먹었다. 다시 잤다. 저녁도 똑같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크림수프를 사와서 간단히 끓여 먹었다. 후추를 너무 많이 쳐서 조금 짰다. 하루 종일 정말 죽겠더라. 목구멍을 벌려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었다. 퉁퉁 부은 편도 위로 하얀 삼출액이 붙어있었다. 징그럽다 징그러워. 구글에 편도염을 얼마나 많이 검색했는지 모르겠다. 전부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고 그냥 내가 좆됐다는 것만 알았다. 이날 밤도 잠을 못잤다. 아오!

 

3일차

 5시에 깼다가 한시간 더 자고 6시에 일어났다. 물론 그 한시간도 제대로 잔 것은 아니었다. 약을 먹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어제 먹다 남은 수프를 데워 먹었다. 설거지는 오후의 내게 맡기자. 12시가 넘어 일어났다. 슬슬 목이 아프다. 어제 놀러갔던 부모님이 이제야 들어오셨다. 너 혹시 목만 아픈 게 아니고 냄새가 안맡아지거나 맛이 안나지 않아? 개탄스러운 농담을 건네시는데 짜증이 치밀었다. (냄새도 맡아지고 맛도 잘 느끼고 있었다.) 아프면.... 쉽게 짜증이 나니까.... 농담을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트를 들렀다 오신 부모님이 죽을 끓여주셨다. 슴슴한 것이 간만에 먹으니 맛있더라. 목이 너무 아파서 죽 반은 남겼다. 물론 그 죽도 저녁에 내가 먹었다. 이날 저녁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 어제보다 조금 나은...가...? 큰 차이가 없었다. 내일이 월요일이라 출근해야 하는데 잠을 못자니 문제가 크도다.

 

4일차

 결국 병가를 하루 더 쓰기로 했다. 월요일에 봬요, 라고 말하고 퇴근했던 게 무색하게 월요일에도 출근을 못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3일 전만큼이나 폭탄같은 이야기를 던져주었다.

코가 안좋네. 축농증이 있어. 코가 뒤로 넘어가서 가래가 되니까 목이 안낫지. 주사 맞고 가.

 축농증?! 이름만 들어본 그것이 내게도 있었단말인가. 심지어 이 둘이 서로 손잡고 오래가게 돕고있다고? 빨리 결별해라 이놈들아. 비염으로 모자라 축농증얘기를 듣고있자니 세상에 별 일이 다 있다 싶었다. 서러워서 살겠냐고. 오늘도 인터넷에 편도염을 검색했고... 축농증 편도염 같이 걸린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고 그냥 같이 좆된 인간들이 많아서 의문의 동질감은 얻었다. 낮에 맞은 주사 탓인지, 그냥 시간이 지나서인지 점점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다행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며칠만에 숙면이냐.

 

5일차

 회사에 갔다! 목이 살짝 따갑다. 어제까지 죽만 먹던 생활도 안녕이다. 죽만 여섯끼 먹은 것 같다. 죽겠음.... 점심에 먹은 짜장면이 무척 반가웠다. 일단 목이 가라앉은 것은 확실한데 아직 애매하다 싶어서 내일모레 다시 병원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6일차

 이정도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번주는 도대체 언제 끝나지.... 왜 아직도 수요일이지....

 

7일차

 병원갔더니 코가 아직도 안괜찮다며 너의 코를 위해 주사나 한번 맞고 가란다...씨바.... 왜 코는 하나만 하지 않고 늘 가지가지 하는걸까.... 왜 목 뒤로 가래따위를 넘겨주는걸까 바톤터치하지마라 요놈들아 하지만 편도염은 이쯤되면 다 나은 게 아닐까? 작은 기쁨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왜냐면 더 쓰기엔 내 코가 슬퍼할테니까....

 

 편도염은 정말 힘들다. 밥을 못먹고, 잠을 못자고, 무엇보다 그냥 아프다..ㅠㅠㅠㅠㅠ 몸살에 열도 오짐.... 며칠 통으로 날리고 나니 건강관리가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겠고... 프로폴리스 사먹어야겠다.... 부디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피곤하지 않게 조심하시고 건강관리 잘하십쇼... 건 강 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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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벌레 부산행!

 

 6월 말, 나와 A는 같이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사다리타기로 결정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부산이 나왔다. (첫번째로 나온 장소는 뚜벅이에게는 차마 힘든 곳이었다.) 7월이 되기 전에 숙소도 결제했고, 교통수단도 미리 알아두었다. 그렇게 순조로울 예정이었는데.....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미친 광신도 무리는 집에 얌전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벌떼처럼 광화문으로 모여들었고,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는 날로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출발 일주일 전쯤부터 어차피 무료 취소니 이 숙소도 다 취소하고 그냥 서울에서 호캉스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기왕 하기로 한 거, 할 수 밖에 없다.

 "야, 너 남자랑 가지? 후회할 짓 하지 마라!"

 설상가상으로 남자랑 여행 가면 뱃속에 애라도 넣어서 돌아 오는 줄 아시는 모친께서는 자꾸 나를 비난하시고...... 나는 끝내 적당한 친구 이름을 내걸었다. 물론 그 친구 이름이 나온 후에도 계속 의심하긴 했지만 그것까지는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예정된 여행의 아침이 찾아오고, 나는 커플셔츠를 겸해서 만든 셔츠 무늬의 셔츠를 입고 집을 나섰다. 서울역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렇지. 이 시국에 서울역을 왜 가. 후회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꾹 참고 아침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서 열차에 올랐다. 아차, 이 시국에 열차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안되는건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햄버거 세트 하나 다 먹는데 십분정도 걸린 것 같다. 푸드파이터라도 된 줄 알았다. 두시간 반은 생각보다 빨랐고, 우리는 금방 부산에 도착했다. 기왕 부산에 왔으니 돼지국밥을 먹어야겠다 싶어 돼지국밥 한 그릇을 때리고, 역시 여행지 호텔은 욕조에서 입욕제 풀어서 노는 게 좋겠다 싶어 러쉬에 입욕제를 사러 갔다. 러쉬 직원은 러쉬 특유의 과한 서비스정신으로 향도 추천해주고, 러쉬 비누로 손도 씻겨주고, 로션도 발라주고 패브릭 퍼퓸도 뿌려주더라. 레몬향 인간으로 다시태어난 우리는 머나먼 숙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소까지 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도심지와는 조금 떨어진 외곽의 동네는 꽤나 조용했다. 캐리어를 끌고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로비는 무척 시원했고, 설레는 마음이 조금 더 깊어졌다. 과연 어떨까? 카드키를 받아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넓은 창 밖으로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이 방, 욕조가 없다. 한달이나 더 전에 예약했던 방이건만 왜 그걸 몰랐을까? 이 방엔 욕조가 없었다. 욕조가 없다는 것을 알고부터 A가 보인 당황함은 가히 안쓰러울 정도였다. 우리는 예약 바우처와 예약 사이트의 룸 컨디션 란을 뒤져보았지만 어느곳에도 욕조의 여부에 대한 사항은 나와있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거금을 들여 욕조가 있는 방으로 룸 컨디션을 업그레이드하고 말았다. 바뀐 방에는 아주 큰 욕조가 있었다. 와 신난다. 일단 우리는 짐을 정리하고는 창가 의자에 앉아 홍차를 끓여마셨다. 창밖의 바다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사회적으로 거리두기 하라니까 서핑이 하고 싶을까? <무너진 시민의식, 뚫려버린 방역>따위의 조중동이 낼 것 같은 헤드라인을 떠올리며 홍차를 홀짝였다. 기분이 꽤 좋았다. 며칠 전 선물했던 필름카메라도 처음으로 사용해보았다.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진다. 불필요할 정도로 별 것 아닌 것들을 계속해서 찍었다. 이거, 제대로 나올까? 아찔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저녁으로 치킨을 시켜 먹었다. 배가 부를 쯤 되니 해가 완전히 져있었다. 서핑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다. 밤바다를 아주 천천히 걸었다. 맨발 위로 닿는 바닷물이 차갑다. 짠 기운을 느끼며 꽤 멀리까지 걸었다. 발바닥에 모래를 털고 다시 숙소까지 돌아간다. 룸컨디션까지 바꿔 얻은 욕조의 효용성을 확인할 순간이다. 넓은 욕조는 채우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뜨거운 물에 머리가 조금 핑 돌았다.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고, 별 것 아닌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죽이고 잠이 들었다. 침대는 생각한 것보다는 딱딱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전직 돌침대 경험자이기때문에...웬만한 딱딱함은 다 견딜 수 있다.

 

 무료 조식을 먹어보겠다는 생각은 마치 농경시대의 꿈마냥 사라져버렸다. 눈을 뜨니 이미 12시였다. 적당히 근처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기로 하고 나섰다. 볕이 매우 뜨겁다... 오늘도 해변에는 굳건한 의지의 서퍼들이 가득하다. 인간들아 집에 가라고..... 식당인지도 모를만큼 작은 가게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무표정한 얼굴로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적당히 빈 자리에 앉아 칼국수를 후루룩 들이키고 가까운 커피공장 위층 카페를 찾았다. 카페 창밖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의 좋은 점은 어디라도 바다가 보인다는 거겠지. 왜 사람은 탁 트인 수변 공간을 좋아할까? 무엇이 오션뷰와 리버뷰를 그리도 비싸게 만드는 걸까. 논리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보고 있으면 안정감과 흡족함이 차오르는 것은 확실하다. 차가운 커피를 전부 홀짝이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몇 컷 더 사진이나 찍을까 싶어 필카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뷰파인더가 뭔가 이상하다. 먼지가 한 점 붙어있었다. 렌즈를 닦아보지만 먼지는 닦이지 않았다. 뷰파인더도 닦아보지만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렌즈를 꺼내 안쪽 렌즈를 닦았다. 역시 변화가 없다. 펜타프리즘과 반사경을 닦았다. 뭔가 변화가 생겼다. 먼지가....더 생겼다. 하.....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걸 느꼈다. 닦으려 할수록 먼지가 붙었다. 뭐가 문제지? 너무 신경이 쓰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블로어로 불어내는 것이 좋고, 닦을수록 오히려 더 붙으며 렌즈는 웬만하면 열지 않는 편이 좋단다.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한 셈이다. 하아. 서울로 올라가는 날 카메라를 샀던 가게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더 고민해봐야 되는 것도 없으니 A가 챙겨온 여행용 루미큐브를 한 판 했다. 루미큐브 간만에 하니까 정말 재미있더라. 승패를 말하자면 내가 졌다. 저녁 메뉴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기왕 왔으니 A의 친구에게 추천받은 가게에 가보기로 했다. 식당은 해운대 앞에 있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스페인요릿집은 양이 작았고 가격이 비쌌다. 관광지 물가란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4000원짜리 사이다와 7000원짜리 생맥주를 들이켰다.....속이 쓰리다. 해운대를 한바퀴 돌아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A가 가져온 와인 한 병을 아주 오랫동안 마셨다.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마 이런 얘기를 다시 하는 날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일것이다. 창 밖 밤바다 위 하늘엔 때때로 다른 관광객들이 쏘아올린 불꽃이 피었다. 그날도 꽤 늦게 잠에 들었다. 내일은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 헛된 기대에 걸어보고자 알람을 9시에 맞췄다.

 

 9시에 일어나서 휴대전화 액정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9시 반에 일어날까요? A는 작게 네, 라고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좋아. 그럼 9시 반. 그렇게 오늘의 조식도 날아가고 말았다. 적당히 씻고 정리를 한 후 방을 나섰다. 짐을 맡기고 바닷가에서 남은 필름을 소모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몇장은 과노출로 새하얗게 나올것이다. 벌써 마음이 아프다.....

 점심을 먹으러 출발하기 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친구 B랑 갔다며 사진보내! 끝내 이실직고를 한 내게 동생은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언니, 사실 B 아니고 남자친구랑 간 거 엄마가 알아. 커플셔츠를 챙겨갔다며? 언니 멍청이 아니야?

........기왕 멍청한 거, 그냥 솔직하기로 했다. 어차피 여행 간다고 둘이 셋이 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저녁을 먹기 딱 좋은 시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남대문 앞 카메라가게까지 짐(본인 짐임) 끌고 움직이느라 고생한 A에게 약간 미안하다. 다행히 카메라 속 먼지는 몇번의 블로어질로 사라졌으며, 다음부터는 문제 있으면 택배로 보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디 문제가 없어야 할텐데. 내 손을 떠난 장난감의 운명을 독립한 자식 보듯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노랑씨 배 고파요?"

 "아뇨."

 밥먹기엔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아 빙수로 간단히 요기나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남대문 주변에 빙수 먹을 데가 어디 있더라?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냥 시청/남대문 근처의 프랜차이즈 빙수집이라도 찾아보면 그만일 일이었지만 오랜 여정끝에 조금 뇌가 녹아버렸는지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홍대의 모 빙수가게를 가기로 한 것이다. 정말 강행군이었다. 여행에서 제일 힘든 건 이동이다. 특히 짐 들고 하는 이동.... 그래, 생각해보니 이게 문제였던 것 같다. 피곤이 극에 달했다.....

 

피곤한 노랑은 OOO에 걸리고야 마는데.......

 

to be continued......

 

아니 이게 아니지. 얼렁뚱땅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로 가득한 여행이었다. 일이 안풀리려면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깨진다지만 이러기도 참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뭐, 이런 일 있으면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니.... 다음 여행을 기약하기로 했다. 

근황 200712

 

1. 코로나시대의 이직새

 

 이직하고싶다는 일념 하나로 kbs한국어능력시험 1급을 딴지 어언 1년.... 그동안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나의 토익점수는 올해 11월에 만료된다. 이직을 할 거면 올해 상반기 내지는 하반기 초 안으로 승부를 봤어야 하는데 불안한 국제정세가 고용상황과 경제를 갉아먹어놓은 탓에 쉽사리 움직일 엄두를 못내고있다. 있는 사람도 잘라내는 판에 이 철밥통(흑흑) 직장에서 어딘가로 옮겨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깊은 고민이 된다... 꿈을 향해 한발짝을 내딛을 용기가 없는건지 여기 이 물 속에 푹 젖어버린건지... 어쩌면 이 직장에 휙 붙어버린 게 내게 독이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늘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남는 법이니까. 우선 나는 천천히 미래를 생각하며, 매 주 3페이지 가량의 에세이작성과 상식교재 탐독/ 뉴스탐독을 할 생각이다. 사실 몇달 전부터 계속 꾸준히 하자고 마음만 먹고 드문드문 하고 있었던 일들이다.(심지어 글은 안씀) 뭔가가 되지 않더라도 에세이 계속 쓰면 뿌듯하긴 하겠지. 

 글이 나의 목숨이고,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니었나보다. 무딘 나날 속에서 나의 손끝은 무뎌진 채로 무엇도 쓰지 못한 백지만 바라보고있다. 글은 단지 짝사랑일뿐이었나보다. 제발 내 마음을 받아주면 안될까? 조금씩 구애를 위해 애써봐야겠다.

 어쨌거나 나는 올 해 안으로 현장에서 떠날 것이다. 여기 2년 있을 자신은 없다. 내가 본사를 가는 한이 있어도 여기 계속 있고 싶지는 않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순 없으셈......

 

 

2. 죽으면 어차피 안할 생각

 

9살 쯤이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잠이 작은 죽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날이 언젠가 찾아올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도 슬펐다. 죽고 나면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없는 채로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리라는 사실이 제일 슬펐다. 그렇게 죽음이 너무 무서워서 울면서 잠들었다. 거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죽음이 무섭고 내가 깨어나지 않은 채 나는 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그 자체가 무섭다. 어차피 죽은 후엔 내가 죽은 줄도 모를테니 뭘 무서워하는걸까 싶지만 막연히 알 수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그 텅 빈 감각이 너무 무섭다. 

 1월, 혼자 sf소설책을 읽고 있던 후쿠오카 공항에서 문득 같은 생각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버린다면 이런 감정을 좀 덜 느낄까. 그 순간 자체가 무섭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그 좁은 공항이 너무도 넓게 느껴졌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이를 잘 낳지 않으니 집은 전세로 구하고 캠핑카를 사서 돌아다니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나가는 말에 아이도 없고, 무엇도 남기지 않는 죽음을 떠올렸다. 내가 없는 채로 남은 흔적 하나 없는 죽음 후의 삶이란.... 도대체 왜 나는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해가며 겁을 집어먹고 있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3.운동 잘하고싶다

 

저주받은 몸뚱아리로 살아간지 2n년째.... 이젠 제발 운동을 잘하고싶다 아아 노력하지 않고 코어근육을 얻고싶다

 

1.

 첫장면부터 감독(대부분의 사람들이 홍상수라고 추측하는..ㅋㅋㅋ)을 죽여버리다니, 호쾌한 출발이다. 감독이 죽은 후 찬실의 인생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일단 일이 없어졌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친한 동생 소피의 집에서 일을 시작하긴 하지만 이게 영원한 직업이 될 순 없다. 영화는 감독의 죽음을 무려(ㅋㅋㅋㅋㅋ) 두 번에 걸쳐서 보여준다. 것도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영화가 잘 되게 해달라는 고사 바로 뒤에... "우리 중에 바람을 제일 잘 피울 것 같은 사람은?!"같은 얄궂은 이미지게임과 함께. 한참 웃었고, 몰아치는 웃음 뒤는 씁쓸함이 남았다. 영화사 대표의 잔인한 일갈에 그래서 현실이 무어냐고 묻던 찬실은 불과 몇 장면 전의 웃음을 무색케한다. 지금껏 좇던 꿈은 흐릿하고 현실은 어두운 빛으로 선명하다.

 찬실의 앞에 나타난 두명의 남자, 김영과 귀신 장국영. 영은 현실의 흔들림이고, 장국영은 찬실의 '영화'다. 장국영(안닮음)은 찬실에게 계속해서 말한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 찬실은 영과 함께 현실의 안주할 곳을 찾고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런 영화가 다 그렇듯..ㅋㅋㅋㅋ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고백하기라고 하지 않던가. 차이고 도시락통 굴러가던 장면이 눈물로 스친다...흑흑....

 그렇게 안주하려던 마음은 파사삭 부서지고, 결국 찬실의 곁에 남은 것은 늘 사랑하던 그것 뿐이다. 버리려고 했지만 버리지 못한, 정말 하고 싶은 것. 찬실은 밤을 새워 시나리오를 쓴다. 슬쩍 장국영은 찬실이 버리려던 오래된 영화 VHS와 DVD를 찬실의 방으로 들고 돌아온다. 그리고 한밤, 어두운 찬실의 집으로 소피와 전 영화 스태프들이 찾아온다. 전구가 나간 어두운 밤이지만 찬실과 동료들은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어두운 화면 밖으로 기차가 터널을 지나오는 영상. 스크린 밖에서 박수를 치는 장국영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에게 남은 복은 함께 영화를 찍던 사람들, 그리고 영화 그 자체다. 이것은 분명 영화가 영화를 만들던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고, 영화를 사랑해온 나날에 대한 자기긍정이다. 한편으로는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하고싶은 일은 뭘까? 나의 현실에, 나의 복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찬실이들을 응원하며, 찬실이는 정말 복도 많지!

 

2.

 영화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감독 죽는 장면, 찬실이가 영과 껴안는 꿈, 장국영 등장하는 장면, 오즈 야스지로 안좋아한다는 말 들으며 흥분하는 장면... ㅋㅋㅋㅋㅋㅋ특히 오즈 안좋아한다고 화내는 찬실과 남자친구가 모 만화를 안좋아해서 헤어진 이야기가 오버랩되며 웃김이 배가 되었다. 세상에.. 어떤 분야도 오타쿠는 다 똑같다. 

 찬실이 10년만에 연애를 해보고자 노력하는 것도 꽤 슬프고 웃겼다... 나와 친구들이 거기서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기때문에... 저 남자 10년만에 안아봐요, 라는 안타까운 대사와 그 묘한 적극성이란. 차라리 연애를 하라는 소피의 대사에서 몇몇 아는 얼굴을 떠올린다. 연애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지.

그럼 연애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어쩌고?

그건 그때 해결하는거야!

그렇게 말하던 그는 지금 연애 하고 있을까?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장국영은 진짜...ㅋㅋㅋㅋㅋ 런닝바람이길래 춤이라도 한번 춰줄 줄 알았지. 툭툭 내뱉는 찬실의 대사가 너무 웃긴다. 홍콩 안가나? 안닮았는데... 잘 된다면서요..!!!! (내가 언제 그랬어. 잘 지낸다고 했지.) 

 엔딩크레디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제일 압권이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남자도 없고 집도 없고 직업도 없고.... 근데 복은 많아..ㅋㅋㅋㅋㅋㅋㅋㅋ.... 복이 뭐지... 찬실의 복은 사람들이었고, 내 복은 뭘까. 내 친구들인가?

 

1.

이것은 나의 밑바닥이다. 분명 이것은 나의 밑바닥이다.

 A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좋은 성적, 유려한 글솜씨, 흠 잡을 데 없는 대인관계, 그녀를 향한 주변의 신임까지. 자기만의 문제의식과 하고싶은 일을 향한 추진력까지 갖춘 그녀는 그야말로 완벽한 사람. 그녀가 가진 것을 부럽다고 느낀 적은 없었지만 그녀의 완벽함만큼은 부러웠다.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때 나는 내 머릿속에 새겨진 그녀의 신화를 내 손으로 부수고 싶었고, 실제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했었다. 그 새끼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기 전까지는. 그새끼는 A의 전 애인이자 나의 전임자였다. 그새끼는 A의 약한 면, 불완전한 면을 알았기에 그녀가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다른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은 나라고 말하면서. 물론 모든 일은 단순히 세워진 순서대로 포개어지는 한 줄의 도미노가 아닌 여러 방향으로 쓰러지며 복잡하게 만들어지는 거대한 도미노 그림에 가깝다. 단순히 그의 말이 영향을 끼쳤다기에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나의 성취는 온전히 나의 것이다. 물론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더러웠지만.

 나의 임기가 시작하기 전 A는 단체를 떠났다. 그녀의 완벽성의 신화는 깨지지 않았다.

 몇 년이나 지났더라. A는 내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작은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다고. 너무너무 일이 즐거워서 지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라고 행복해하던 그녀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내 손바닥을 바라본다. 텅 비어있다. 빈 손을 견디지 못해 잡은 줄은 무척이나 견고하고, 잘게 유리조각이 박혀있다. 나는 언젠가 이 줄을 놓아버릴것이다. 이 줄이 내 손을 베어버릴테니까. 그러나 쉽게 놓을 수 없다. 이 줄은 아주 견고하니까. 나는 이도저도 하지 못한 채 매달려있다. 아, 오늘이 내 생일이었지. 무색해진 날짜감각을 다시 다듬어 작은 채팅창에 집중한다. A는 내게 수고한다며 사과즙 한 상자를 선물로 주었다. 여전히 그녀는 완벽하고, 좋은 사람이다. 문득 나는 3년 전의 편집실에 홀로 앉아있었다.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것은 분명 열등감이다. 나의 밑바닥에서 건져올린 진득한 아스팔트. 이것을 깔고, 밟아서 앞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아 고것이 쉽지가 않네. 그러니까 이게 나의 밑바닥이지.

 

2.

 나는 화가 많다. 짜증도 졸라 잘낸다. 이거 정말 큰 잘못이다.

 오늘 회사의 B와 얘기하다가 B가 자기 친구 얘기를 꺼냈다. 그녀는 주 1회 10시까지 출근하지만 매일 7시 반에 퇴근을 한다.

그냥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게 낫지 않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사람 오래 쓰는 걸 너무 당연시 여기는 업계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이해가 안가요. 오래 일하는게 당연하다는듯이. 너는 이 일을 좋아하니까 오래 일해야만해. 다들 그게 당연하다는듯이 야근에 뭐에 계속 해요.

-제 친구는 일하는거 괜찮아하고 좋아해요.

아뇨, 그분 얘기가 아니라요. 광고도 그렇고 디자인, 설계회사, 이런데 다 그렇잖아요. 당연하다는듯이 야근하고. 저는 이 근무환경이나 기업문화가 마음에 안든다고요. 일이 그렇게까지 길어진다는건 결국 그 사람이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수 없는 양이라는건데.

-그 친구는 일 많이하는것도 만족하고 돈도 저희보다 더 받고 일해요.

그렇게 일하는데 당연히 더 받겠죠! 저희가 돈 그렇게 많이 받는 회사도 아니고요. 그리고 애초에 B씨 친구가 일 좋아하고 만족하는건 상관 없어요! 좋죠! 즐겁게 다니시면 좋죠!! 제 말은 길게 일하는 걸 당연시하는 기업문화가 싫다고요!

 

이러고 한 1분 후에, 근데 노랑씨, 저한테 왜 화내세요? 이게 저한테 화낼 이유예요? 기업문화가 마음에 안드는게 저한테 화낼 이유는 아니잖아요. 저는 노랑씨가 제 친구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에 트집잡아서 화내는것처럼 보였어요.

....왠지 아득한 기분에 잠시 말을 골랐고, 일단 짜증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넸다. 이런 사과 듣자고 한 말은 아니란다. 그럼 내가 왜 짜증을 냈는지 말해야 했나? 당신이 내 말 못알아듣고 자꾸 당신 친구는 괜찮다고 이런 소리해서 짜증났다고 말해야하나요? 저는 당신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싶은게 전혀 아니었는데? 물론 어떤 이유로든 내가 언성을 높인 것은 정당화 할 수 없겠지요. 애초에 그리 친하지도, 가깝지도 않은 회사동료와 나눌만한 이야기도 아니고요. 그냥 당신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고, 당신 친구의 행복 정도까지가 당신 관심의 울타리 너비일테니까요. 심지어 그건 우리 업계 얘기도 아니죠. 아마 이것은 당신과 나누기에 적절한 대화주제가 아니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거대한 어떤 이야기를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떠올린다. 그리 드물지 않은지라 당장 몇 명의 예시가 떠오른다. 나도 특정 담론을 나에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적이 있던가 새삼 돌아보게된다. 담론은 누군가를 욕하고 헐뜯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당신도, 나도.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사실 이것은 B의 친구의 근무환경을 둘러싼 노동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 말투의 공격성의 문제다. 나는 역시 화가 많고 짜증도 졸라 많다. 씨발. 이것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정제된 어휘로 멍청한 소리 말고 제 말 좀 이해해달라고 말하고싶다.

P.S. 당신 친구의 일의 보람은 존나 부럽습니다. 그래서 문득 A의 이야기가 떠올랐던 거고요. 

 

3.

스스로 잡생각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친구들도 보면 다 지가 생각이 많아서 밸루라고 자아성찰하고있다. 어 시발 사실 원래 인간은 디폴트가 스잘데기없는 생각으로 가득한 거 아니야?!

세기의 발견인 척 되도않는 이야기를 슬쩍 내민다. 그냥 이런 인간들이 모여서 친구 하는 거겠지. 휴. 외롭고 넓은 이 지구에서 잡생각으로 가득찬 너희들을 만나서 정말 기쁘구나. 너희 머리 한구석에 내 생각도 슥 끼워넣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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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또후

 

랑노가 또 후쿠오카를 가요(빰빠라밤빠라밤빠라밤빠라밤 빠라바라밤!)

 

왜 뭐 왜 쟈니스가 여기밖에 안붙여주는데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나는 주면 주는대로 잘 먹고 감사한다고 말할 줄 아는 겸손한 녀석이다. 보내준다면 갈 수밖에!

지난 디페 후기는 보셨는지? 디페 후기에서 나는 어떤 고난이 닥칠 줄도 모르고 기분 좋게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향하고있었다.... 그래 인천에서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후쿠오카 공항에 내리고부터 일어났다.

 

1.11

해외 유심을 사면 보통 그 안에 유심 API 설정과 관련된 설명서가 들어있다. 유심을 장착하고 바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설정을 별도로 해줘야만 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 그게 문제였다. 내 가방엔... 설명서가 없었다. 어이가 없게도 설명서는 없으면서 <유심이 동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제목의 문제해결방법을 적은 종이는 들어있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었다. 뭐야 씨발! 당황한 나는 인터넷을 뒤져 내가 산 유심의 API 설정을 찾아보는데.. 피곤하고 당황한 사람의 판단력은 오타쿠 아닌 사람의 오타쿠굿즈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이어서... 이것도 안되고....저것도 안되고....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공항은 와이파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지배하는 공간인지라 괜찮겠지만 여길 벗어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배터리도 없는데...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다행히 그때 연락하고 있던 동행분이 같이 가자고 해주셔서 일단 그분을 만났다. 만난다고 뭔가 해결된것은 없었지만... 마음의 위안은 되었다. (이거 좋은건가ㅠㅠ) 마음의 위안을 얻은 나는 끝내 이 난국을 타개하고자... 거금 2700엔을 들여.... 유심을 사고야 말았다. 욕나오게 비싸다. 어쨌든 그 유심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나와 동행분은 내일 만날 것을 약속했다. 

 내일을 위한 우치와 재료를 사고 저녁으로 모츠나베를 먹었다. 고춧가루가 살짝 들어간 것이 한국사람들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집이었다. 면사리를 2인까지 넣을 수 있었고 어차피 가격에는 차이가 없는지라 그냥 둘 다 넣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 못먹었다. 하지만 이런 과욕 부릴 수도 있지 뭐 어떠냐 이거예요. 과욕을 부린 후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빠르게 우치와를 만들고 디페에서 산 물건들을 이것저것 정리했다. 그렇게 잠에 들 준비를 하고 보니 시간은 3시... 졸라 피곤...

 

1.12

 아침 10시 넘어서 일어났다. 이것도 7시간 수면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니다. 씻고 옷을 챙겨입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대망의 공연날이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https://blog.naver.com/cina_1201/221778128324

 

Hey!Say!JUMP 2019-2020 투어 후쿠오카 참전 후기

너무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린 것 같다. 사실 그리 바쁘지도 않았지만... 아닌가 바빴던가. 그동안 저는 투...

blog.naver.com

이걸 보도록 하자. 이것도 꽤 길다. 짧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나는 자리도 잘 나오고 팬서비스도 받고 긴테도 잡았다. 자랑하고싶어서 굳이 적는다.

 

끝나고 나와서 주접도 열심히 떨고 아무 상관 없지만 게센에서 태고의 달인도 했다. 

간만에 친 현실리겜은 정말 눈뜨고 못봐줄정도로 처참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적당히 즐긴 우리는 본래의 목적이었던 뒤풀이를 위해 숙소 앞 교자집을 찾아갔지만... 자리가 없단다. 옆에 있던 야끼토리집도 자리 없단다. 결국 우리는 그 근처에 있던 다른 작은 이자까야에 들어갔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올 거라는 생각을 꿈에서조차 해본 적이 없는듯한 그 메뉴판이란... 적당히 물어봐서 잘 시키긴 했다. 모듬야끼토리랑 교자, 그리고 하이볼과 우롱하이, 귤 츄하이까지. 가게 안에 우리 말고도 뒤풀이를 온 사람들이 몇 팀 더 보였다. 이 내적 친밀감이란~~~음~~~

 거의 가게가 닫을 쯤까지 있었는데,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더라. 깜짝 놀랐다. 굉장히 친절한 가게였다. 흐흫. 그리고 가게에서 나오면서 알게되었다. 내 동전지갑이 없다는것을! 아마 게센에 두고온 모양이었다. 시간이 매우 늦었기에 내일 아침에 가보기로 했다. 

 돌아와서 호텔 어메니티인 입욕제를 풀어서 족욕을 했다. 어메니티로 입욕제 주는 호텔은 잘 없는지라 꽤 좋았다.

 

1.13

제일 먼저 게센을 찾았다. 동전지갑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어?

 전날에 게센에서 나는 1000엔 한장을 동전으로 바꾸고 200엔어치 플레이를 한 채로 깜빡 잊고 동전지갑을 두고 왔다.(내 동전지갑에는 한국돈과 일본돈이 섞여있었다.)그렇다면 당연히 800엔이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동전지갑에 300엔밖에 없더라.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하나뿐이었다. 500엔은 쓰고 분실물로 맡겼구나! 이 양심이 반쯤 증발한 새끼를 봤나. 야 내 오백엔은 어쨌냐고!!!!!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찾은 것에 감사하기로했다. 셀프로 사례금 빼간새끼 너는 꼭 치질걸려서 개고생하길 빈다. 

 분노하고 있기엔 여행이 짧다! 곧바로 우리는 우체국을 들렀다, 오비츠 바디 파는 샵을 들렀다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팬케이크를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구글지도에서 괜찮은 가게를 찾아서 거기까지 걷는데... 아니.... 이럴수가... 가게는 꽤나 오래전에 망해있었다. 길가다 본 가게에 들어갔더니 1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웨이팅 극렬 반대파인 나는 웨이팅을 견딜 수 없다. 길가다 본 다른 가게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카레를 먹었다. 카레는 웬만해서는 실패하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다. 그리고 중간에 가려고 했던 아이스크림가게를 검색해보는데 어라?!?! 바로 1분거리였다. 야쿠인 역 근처라고 봐서 좀 더 멀 줄알았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야쿠인 근처까지 걸어왔더라. 어디까지 온거야 우리... 다행히 소프트콘은 정말 맛있었다. 흑흑흑 예쁘고 맛있는 콘을 보면 눈물이 나는 나란 사람.... 

 배도 찼겠다 다시 텐진까지 걸었다. 아니메이트, 쟈샵, 인형샵... 인형샵에서 가발 이것저것 씌워보는데 진짜 귀엽고 하나도 안맞음 다 미끄러짐 미치겠다 별들아.... 근데 진짜 귀엽긴 했다. 가발 진짜 산다 기필코 가발 기필코 가발!!! 아악 별 거 안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시간이 엄청 지나있더라. 음....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여전히 팬케이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은 끝내 텐진 시내에 있는 팬케이크 가게를 찾아내고 말았다. 식사용 팬케이크와 쇼트케이크, 그리고 음료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왠지 흥이 덜식은 우리는 마침 건물 옆에 있던 노래방에 가고야 말았다. 프리타임 아닌 그냥 시간제 노래방은 너무 비싸다... 흑흑... 뭘 불렀다고 30분 하고 그 큰돈을 낸건지... 마음이 아프다. 한국 노래방은 진정한 문명의 이.기. 또 그렇게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많이 한 상태로 시간이 지났고, 매우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1.14

 집으로 돌아갈 날이다. 내일은 출근해야한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짐을 챙긴 후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어제 그 팬케이크집에서 이번엔 디저트 팬케이크를 먹었다. 팬케이크 집착공이 따로없다. 그리고 나는 그때 공항으로 갔어야 했는데..... 얌다 영화 찌라시 찾는다고 여기 갔다가... 만다라케 구경한다고 저기 갔다가.... 뭐 나의 잘못이지만 내가 공항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수속 카운터가 닫혀있었다. 여러분 잊지 마세요 모바일 수속은 출발 1시간 30분 전에 (한국 입국) 마감됩니다. 또한 카운터 마감은 50분 전 마감됩니다. 만약 내가 모바일 수속을 했다면 그걸 탈 수는 있었겠지만 이미 나는 늦어버렸고.... 결국 스스로를 원망하며 또 비행기표를 샀다....ㅠㅠㅠㅠㅠ

 다행히 표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케이티엑스보다 비행기가 싸다는것이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흑흑흑 항공기 지각 진짜 존나 트라우마....ㅠㅠㅠ아오 내가 다시는 지각하나봐라...안한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었다. 김초엽의 소설집 마지막 단편... 그걸 읽으면서 문득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소설 자체는 죽음과 큰 관계가 없다) 피곤해서 그런지 공포감이 꽤나 생생했다. 지금 이런 생각조차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무엇도 없는 그런 상태.... 어차피 죽으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겠지만 그런 나를 두고 세상은 계속해서 이어질것이다. 그게 무서운것이다. 피곤하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싶었다. 꽤나 빠르게 출국수속을 밟고, 맛대가리 없는 공항 밥을 먹고(나리타도 맛없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음) 적당히 오미야게를 사서 비행기에 올랐다. 안녕 후쿠오카. 너무너무 고생스러웠던 4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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