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장면부터 감독(대부분의 사람들이 홍상수라고 추측하는..ㅋㅋㅋ)을 죽여버리다니, 호쾌한 출발이다. 감독이 죽은 후 찬실의 인생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일단 일이 없어졌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친한 동생 소피의 집에서 일을 시작하긴 하지만 이게 영원한 직업이 될 순 없다. 영화는 감독의 죽음을 무려(ㅋㅋㅋㅋㅋ) 두 번에 걸쳐서 보여준다. 것도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영화가 잘 되게 해달라는 고사 바로 뒤에... "우리 중에 바람을 제일 잘 피울 것 같은 사람은?!"같은 얄궂은 이미지게임과 함께. 한참 웃었고, 몰아치는 웃음 뒤는 씁쓸함이 남았다. 영화사 대표의 잔인한 일갈에 그래서 현실이 무어냐고 묻던 찬실은 불과 몇 장면 전의 웃음을 무색케한다. 지금껏 좇던 꿈은 흐릿하고 현실은 어두운 빛으로 선명하다.
찬실의 앞에 나타난 두명의 남자, 김영과 귀신 장국영. 영은 현실의 흔들림이고, 장국영은 찬실의 '영화'다. 장국영(안닮음)은 찬실에게 계속해서 말한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 찬실은 영과 함께 현실의 안주할 곳을 찾고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런 영화가 다 그렇듯..ㅋㅋㅋㅋ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고백하기라고 하지 않던가. 차이고 도시락통 굴러가던 장면이 눈물로 스친다...흑흑....
그렇게 안주하려던 마음은 파사삭 부서지고, 결국 찬실의 곁에 남은 것은 늘 사랑하던 그것 뿐이다. 버리려고 했지만 버리지 못한, 정말 하고 싶은 것. 찬실은 밤을 새워 시나리오를 쓴다. 슬쩍 장국영은 찬실이 버리려던 오래된 영화 VHS와 DVD를 찬실의 방으로 들고 돌아온다. 그리고 한밤, 어두운 찬실의 집으로 소피와 전 영화 스태프들이 찾아온다. 전구가 나간 어두운 밤이지만 찬실과 동료들은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어두운 화면 밖으로 기차가 터널을 지나오는 영상. 스크린 밖에서 박수를 치는 장국영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에게 남은 복은 함께 영화를 찍던 사람들, 그리고 영화 그 자체다. 이것은 분명 영화가 영화를 만들던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고, 영화를 사랑해온 나날에 대한 자기긍정이다. 한편으로는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하고싶은 일은 뭘까? 나의 현실에, 나의 복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찬실이들을 응원하며, 찬실이는 정말 복도 많지!
2.
영화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감독 죽는 장면, 찬실이가 영과 껴안는 꿈, 장국영 등장하는 장면, 오즈 야스지로 안좋아한다는 말 들으며 흥분하는 장면... ㅋㅋㅋㅋㅋㅋ특히 오즈 안좋아한다고 화내는 찬실과 남자친구가 모 만화를 안좋아해서 헤어진 이야기가 오버랩되며 웃김이 배가 되었다. 세상에.. 어떤 분야도 오타쿠는 다 똑같다.
찬실이 10년만에 연애를 해보고자 노력하는 것도 꽤 슬프고 웃겼다... 나와 친구들이 거기서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기때문에... 저 남자 10년만에 안아봐요, 라는 안타까운 대사와 그 묘한 적극성이란. 차라리 연애를 하라는 소피의 대사에서 몇몇 아는 얼굴을 떠올린다. 연애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지.
그럼 연애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어쩌고?
그건 그때 해결하는거야!
그렇게 말하던 그는 지금 연애 하고 있을까?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장국영은 진짜...ㅋㅋㅋㅋㅋ 런닝바람이길래 춤이라도 한번 춰줄 줄 알았지. 툭툭 내뱉는 찬실의 대사가 너무 웃긴다. 홍콩 안가나? 안닮았는데... 잘 된다면서요..!!!! (내가 언제 그랬어. 잘 지낸다고 했지.)
엔딩크레디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제일 압권이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남자도 없고 집도 없고 직업도 없고.... 근데 복은 많아..ㅋㅋㅋㅋㅋㅋㅋㅋ.... 복이 뭐지... 찬실의 복은 사람들이었고, 내 복은 뭘까. 내 친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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