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년에 한두번은 꼭 가는 것 같은데(이미 우리집에서 내 취급이란...ㅠㅠㅠㅠ) 하도 가니까 이건 여행이 아니고 마실 아니냐는 말이 자꾸 나와서 그냥 마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쪼끔 비싼 마실인 셈이다. 이번 마실은 순전히 아이돌 개인활동때문에 결심했다. 최애가 연극을 한다는데 내가 보러 가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좋아! 아이돌 처돌이는 이미 처돌았기때문에 비록 돈은 없지만 행복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행기 표에 이어 연극 티켓까지 사고 숙소도 잡았다. 앞에 돈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척 적었지만 사실 엄청 신경쓰고 있기때문에 숙소는 저렴한 곳으로 잡았다. 도미토리가 아닌 캡슐호텔이다. 시체 안치실처럼 생긴 그거. 시체 안치실은 생각보다 편하더라. 텔레비전도 달려있고. 거기도 아침에 북적북적하니 시끄러운 건 똑같지만 칸막이가 쳐져있다보니 도미토리보다는 신경이 덜 쓰인다.
5/8
불효녀 비긴즈
어버이날에 혼자 놀러가는 희대의 충격적 불효녀가 여기 있습니다. 불효녀는 오명을 벗으려는 듯 면세점에서 엄마 파운데이션도 긁습니다.(엄마카드로 긁으려다 안긁혀서 내껄로 긁음)
뭐 사실 이건 나중에 엄마가 돈 주신다고 한거라서 불효녀 오명 벗기에는 실패했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시간이 꽤 많아서 독서나 실컷 했다. 가성비독서※도 이렇게 천천히 앞으로 진도가 나가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심사를 하러 가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라. 오후 비행기가 출국은 빠른데 입국은 오래걸린다. 슬픈 일이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타러 오긴 했는데 사실 내가 탄 지하철이 뭐가 좀 꼬여있었나보다. 방향이 평소에 보던 그 방향이 아니더라. 일단 급해서 타긴 했는데 타고 후회했다. 그상태로 백만년이 지나 신주쿠에 도착했다.... 신주쿠는 진짜 어쩜 그리 복잡한지. 어찌저찌 연락해서 친구랑 만나는 데는 성공했는데 진이 쑥 빠져버렸다. 너무너무 반가운 Z. 우리는 적당히 생각나는 거 없을 때 주로 먹는 바로 그 메뉴 카레를 먹으러 갔는데, 두가지 맛 카레라더니 그냥 카레랑 짜장같았다. 일본사람들 짜장 먹나요?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먹고 파르페나 먹어볼까 로이호를 찾아서 신주쿠 바깥쪽까지 쭉 걸었는데 이게 웬걸... 휴일이란다. 허탈하게 돌아와서 프리챤을 하러 갔다. 간만에 하니까 참 재미가 있었다. 특히 그 과할 정도로 반짝이는 연출이 좋더라. 예 저의 전생은 까마귀... 프리챤을 계속 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8일 지나가기 전에 호텔에 체크인은 해야 할 것 같아 11시 반쯤 오락실을 나왔다. 신주쿠의 밤거리는 지하철만큼 복잡하고 뭐가 되게 많더라. 지나가다가 토도메의 키스 마지막화에 나왔던 아이러브 카부키쵸 네온사인을 봤다. 그게 저거구나 싶어서 기분이 복잡해졌다. 거리의 호스트 간판은 머리가 죄다 산발이라 좀 다듬었으면 좋겠고. 나 장발 좋아하는데 그것은 아닌것같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둔 후 다시 나왔다. 막차 시간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프리챤을 했다. 새벽의 신주쿠 거리는 거의 비어있었다. 시체방 안에 달린 티비를 조금 보다 잠이 들었다.
5/9
나스나스 스루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준다기에 후딱 씻고 내려왔다. 조식.... 약간의 빵과 바나나 그리고 각종 무당음료들이 한켠에 조그맣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실망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빵 안에 든 크림이 맛있어서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오늘이 바로 이 마실의 알파이자 오메가! 우선 필름을 하나 사서 신주쿠 교엔에 가기로 했다. 걸어가기 충분한 거리다. 그렇게 생각하고 적당히 짐을 챙겨서 호텔을 나섰는데 이게 웬걸, 주머니에 핸드폰이 없다. 자리를 열심히 뒤져봤지만 핸드폰은 도저히 찾을 수 없더라. 그때 호텔 직원분이 물었다. 하얀색 핸드폰 잃어버렸냐고. 천만다행으로 핸드폰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났다. 근처 빅카메라에서 필름을 사고 카메라에 필름을 넣으려고 가방을 뒤적이는데, 이게 웬 일이야. 호텔 카드키가 없더라. 깜짝 놀라서 다시 호텔까지 다녀왔다. 다행히도 호텔 락커에 얌전히 꽂혀있더라.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정말이지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시간을 꽤 낭비해버렸지만 계획은 진행되어야 한다. 걸어서 신주쿠 교엔까지 출발!
교엔은 거금 500엔의 입장료가 있는만큼 굉장히 넓고, 온 동네 유치원생들은 죄다 여기에 모여있는 듯 북적였다. 나는 걷다가, 앉다가, 누웠다가, 다시 걷다가 하며 시간을 녹였다. 서양식 정원 쪽으로 가니 여러 품종의 장미가 전시중이었는데, 새삼 장미도 종류가 많구나 싶었다. 에버랜드 가고싶어졌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다가왔다. 공연 보러 갈 시간! 그런데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출구가 너무 멀었다. 먼 길을 걸어 센다가야쪽 출구로 나왔다. 지하철로 오쿠보까지 이동했다. 시간이 없다. 공연 시작 약 5분 전쯤 공연장 뒤에 도착했다. 뒤!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바보는 나 하나가 아니었나보다. 내 앞에서 걷던 여자가 갑자기 내쪽으로 뒤돌아 걸어오더니 물었다.
"글로브좌?"
우리는 즉시 반대방향으로 우다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공연장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이돌 덕질블로그에.
유토..콘서트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봤다. 흑흑 너무 말랐어 고기 많이 먹어...
이케부쿠로의 라이더
다시 Z를 만나러 이케부쿠로로. 굉장히 피곤해보이는 자전거 라이더 Z가 굴다리 아래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다... 자전거는 내가 끌고(ㅋㅋㅋㅋ) 어쨌거나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츠케멘 중 사이즈를 먹었는데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밥 말아먹으면 맛있었겠다 싶은 국물이었다. 밥먹고 어디 카페라도 가서 오늘 산 굿즈 자랑이나 하자면서 하하호호 했지만 결국 적당히 스타벅스로 가기로 했을 뿐이다. 하지만 스타벅스고 뭐고 우선 주차를 시켜야하는 법! 길가에 적당히 세워두려 했지만 오늘따라 삼엄해보이는 단속에 유료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카페로 향했다. 시킨 메뉴는 국내에 없는 메뉴였는데 굳이 국내에서도 먹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런 메뉴였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유직이(유토 캐릭터 인형) 옷 사러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 디즈니스토어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시간은 7시. 선샤인 시티 문 닫기 전에 일단 커피를 들고 움직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백화점 지하에서 거금 300엔이 넘는 마카롱 두 개를 사서 나섰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이야... 디즈니 스토어에 더이상 그 망토는 없었다. 나중에 인터넷 스토어도 열심히 뒤져봤는데 그 상품 자체가 흔적도 없던 걸로 봐서 정말 없는 것 같았다. 판매가 끝났나...
허탈한 마음으로 마카롱을 우걱우걱 하고 프리챤을 하러 갔다. 이틀동안 열판을 넘게 한 끝에 겨우 키라티켓 한장을 뽑을 수 있었다. 운이 안좋으면 그렇게 안좋을 수도 있구나. 엉엉....
프리챤을 끝내고 적당히 뭔가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편의점이라도 갈까? 가기 전에 우선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내기로 했다. 뒤에 탈래? 나의 물음에 Z는 될까? 하고 물었고 몇분 후 자전거 뒷자리에는 내가 타고있었다.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야밤의 이케부쿠로에서 친구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돌아다닐거라고. 간만에 탄 자전거 뒷자리는 매우 신이났고, 우리는 대강 간단한 간식을 사서 앉을만한 빈 공간까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이케부쿠로엔 극장 같은 게 있고, 그 앞에는 빈 외부공간이 있는데(공원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 앞에는 온동네 취한 사람은 다 있는 듯 했다. 적당히 자전거를 세우고 아무 데나 앉은 채로 아까 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적당히 내일 닛포리에 당고 먹으러 가자는 약속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헤어졌다. 신오쿠보 역 쪽에서 걸어가는 숙소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
5/10
동네를 헤매는 하이에나
9시 반쯤에 일어나서 씻고 체크아웃을 했다. 사실 이케부쿠로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했던지라 적당히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동전 좀 만들 겸 삼각김밥 두어 개를 사먹고 가까운 은행 ATM에서 팬클럽 회비를 입금했다. 동전 들어가는 에이티엠 너무 신기하더라. 그리고 지하철을 탔는데... 어제 상태 안좋아보이던 친구 Z는 결국 오늘 같이 당고 먹으러 가지 못하게되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혼자 닛포리 헤매기가 시작되었다. 역 뒤 절, 그리고 절 뒤를 뒤덮은 것은 온통 묘지...묘지였다. 묘가 정말 많더라. 묘지는 흡사 공원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고 군데군데 개 목줄을 꼭 착용해달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실제로 취급도 공원같았다.(ㅋㅋㅋㅋㅋ) 묘 사이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네 주민들이 보였다. 구석에는 어린이 놀이터로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어린이 놀이터 내 흙터에서 남자애 하나가 거의 발로 스쿼시를 하다시피 벽쪽으로 공을 차고있었다. 나는 그 애를 보면서 앞에서 그네를 탔는데, 벌써 체력이 쓰레기가 된 것인지 한 십분 격하게 타고 어지러워서 가만히 있었다. 다시 묘지를 훑어 나와서 동네 상점가로 향했다. 동네에 붙은 포스터 중에 묘지 풀세트 145만엔이라는 광고가 보였다. 묘는 정말 비싸구나. 죽는 것도 다 돈이라니까.
언제였던가 여행 브이로그에서 봤던 고양이 거리다. 고양이 티셔츠 고양이 도장 등을 팔고있었다. 눈으로 구경한 후 동네를 한바퀴 돌아 닛포리 역 앞까지 걸었다. 사실 이 동네에 온 이유는 당고니까 슬슬 당고를 먹으러 갈 때가 되었다 싶었다. 역 앞에 찾던 이름의 당고집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봤을 때는 파란색 노렌이 있다고 봤는데?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일단 들어갔다. 당고를 파는 집은 맞는 것 같고. 공교롭게 당고집은 무슨 공사 탓인지 팥당고 메뉴는 현재 메뉴에서 빠져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미니 야끼당고와 말차 세트를 주문했다. 당고는.. 당고 맛이었다. 이 더운 날씨에 뜨거운 녹차를 두잔이나 마셨다. 적당히 씁쓸한 녹차와 그리 달지 않은 야끼당고의 틉틉함이 이 더운 날씨에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찾아본 본점은... 리뉴얼 공사중이더라. 아까 말한 공사가 이 얘기였구나 싶었다. 어쩔 수 없지. 마지막으로 직물거리를 쭉 지나쳐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공항으로 갈 시간이다.
집에 가는 길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공항 식당 밥은 어쩜 그렇게 비싸고 맛도 거지같을 수가 있는걸까. 인스턴트식품을 팔아도 그것보다는 맛있을텐데 이쯤 되면 이것도 기적이다. 카레가 그렇게 맛없기도 쉽지 않다. 휴.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2박3일의 도쿄 마실이 끝났다. 담에 갈 때는 맛있는 것 좀 골라먹고싶다.
※가성비독서: 외국어로 된 책을 읽을 시 시간이 매우 오래걸리는데, 책의 가성비를 가격 대비 읽은 기간이라고 가정할 시 외국어 독서야말로 진정한 가성비 최강 독서이므로 가성비독서.
**나스나스 스루네:나스=가지 스루=하다 가지가지 한다는 소리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주를 건너, <지구에서 한아뿐> (0) | 2019.12.04 |
|---|---|
| 요즘 본 영상 (0) | 2019.08.18 |
| 최근 본 영상들 갈무리 (0) | 2019.04.20 |
| 죽음, 뛰어넘거나 혹은 열반하거나<사바하> (0) | 2019.03.15 |
| 그 도시의 피와 눈물-영화 "아, 황야" (0) | 2019.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