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시의 피와 눈물_<아, 황야>
1.
2021년, 혼란의 신주쿠. 신주쿠에 버려진 아이 신지는 노인을 등쳐먹는 양아치로 자라났다. 한국인 어머니와 전직 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켄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일본으로 건너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며 살아간다. 영화는 징병제 문제(사회봉사프로그램법)와 자살문제, 그리고 여전히 아픔으로 남은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 문제를 엮어내며 그 중심에 두 버려진 자식들의 이야기를 짜넣는다. 권투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두 사람. 신지는 권투는 결국 가장 증오하는 자가 이기는 거라고 말하고, 실제로 누구보다도 훌륭히 이겨나가지만 폭력에 오랜 시간 길들여져온 켄지는 증오하기가 힘겨울따름이다. 대신 켄지는 권투는 사람들과 이어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신지가 복수의 목표였던 유우지와 시합해 이긴 날, 켄지는 신지에게 편지 한 장 만을 남긴 채 그의 곁을 떠난다. 신지와의 대결이라는 이어짐을 원해왔다는 말을 남긴 채.
끝내 신지와 켄지는 링 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멋대로 나랑 이어지려 하고있어'
'결국 저는 끝까지 미워하지 못했습니다.'
대결에 앞서 켄지는 자신의 후원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진심을 맞댄 이어짐이, 자신의 마지막임을 확신하기라도 한듯이. 날것에 가까운 삶과 삶이 부딫히고, 부서진다. 끝내 그들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2021년 근미래의 신주쿠는 황량한 황야인 채로. 밑바닥 어딘가에 눌러붙은 그들의 삶은 여전히 황야를 걸을 뿐이다.
2.
사실 이거 스다 엉덩이(....)때문에 본 거 맞긴 한데 섹스신이 정말 많이 나온다. 굳이 그럴 필요 있었나 싶을 정도로. 뭘 위한 섹스신일까. 가족을 버리고 나온 아이 요시코와 가족에게 버려진 아이 신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유였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긴 육체, 관계는 날것 그대로의 삶이니까. 등장인물들은 모두 신주쿠, 황야의 밑바닥에서 서로 상처를 내보이며 살아갈 뿐이다. 권투도, 섹스도 모두 그저 삶의 증명일 뿐일테다.
3.
러닝타임이 굉장히 길고, 여러 인간군상이 엮여서 결국 중심과 닿지 않는 이야기도 등장하는지라 사실 이 영화에서 이런 얘기까지 담아내는 것이 좀 넘치는 거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극을 다시 중심으로 돌려놓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건 어느 순간에서나 결국 연기자들의 연기였던 것 같다. 근데 좀 궁금하네. 시나리오 다 읽으면 무슨 생각 할까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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