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마지막 콘서트 <마무리:별 일 없이 산다>


 2009년 겨울. 처음으로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1집 활동 마무리 콘서트 별 일 없이 산다. 남산의 연극 전문 극장을 가득 채운 그날의 기억은 경품으로 받은 DVD로 남아있다. 그 후 나는 이런저런 밴드에 빠져 공연을 보러 가거나, 페스티벌에 참여하곤 했다. 거의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들은 세장의 앨범을 냈고, 많은 공연을 했다. 그리고 2018년 11월, 그들의 마지막 활동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으로 참여했던 공연과 똑 같은 타이틀로 그들은 마지막 공연을 하고, 새 해가 되면 사라진다. 마지막 날 공연을 예매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순식간에 2018년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공연장 좌석에 들어서자마자 종이로 만들어진 슬로건이 보였다. 5집앨범 곡 '별 거 아니라고'의 가사가 조금 바뀌어 적혀있었다. 과연, 마지막 날 답게 이벤트를 하려는 거구나. 좌석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가 어두워지고, 연주자들이 등장했다.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공연이 막을 올렸다. 마냥 걷는다. 두곡, 세곡씩 끊어서 부르며 사이사이에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과연 장기하는 사회학과 출신답게 사회를 잘본다던 옛 농담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말을 잘했다. 

 좋아하는 밴드라고 해도 각 앨범마다 상대적으로 좋아하는 정도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공연을 보기 전까지 4집에 있던 노래들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나 다름없었다.(심지어 집에 있는 앨범인데도...) 그런데 공연을 보고 있으려니 자연스럽게 입으로 그 노래들을 부르고 있더라. 특히 ㅋ가 그렇게 괜찮은 노래인줄을 처음 알았다. 공연이 중반부에 다다랐을때, 별 거 아니라고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슬로건을 들고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장기하가 노래를 하지 않더라. 눈물이 글썽글썽해보였다. 옆자리를 돌아보니 관객들이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어찌저찌 노래가 끝나고 엠씨가 시작되었다. 사실 이런 건 다 예측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게 재미있는 거겠지. 감동하기도 잠시....그러나 나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아... 아까 물이랑 차랑 커피를 너무 많이마셨나본지 심각하게 화장실이 가고싶었다. 그런데 엠씨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모두를 일어서게 하더니 연달아서 달리는 노래를 7곡정도를 쭉 부르는게 아닌가... 아 정말 죽을것같았음... 방광아 힘조.... 결국 세트 끝나자마자 엄청 뛰어서 화장실 갔다 들어왔다. 흑흑.... 콘서트 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지 말자.

 

 공연이 막을 내리고 미리 정해져있을 앵콜이 끝났다. 멤버 한명한명이 마지막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말은 다섯 개의 일기장이 남아있으니 언제라도 보고싶을 때는 그걸 펼쳐보라는 말과, 슬로건을 들었을 때는 분명 정말 눈물이 났는데 다행히도(?) 옆에 있던 다른 멤버의 "형 근데 저거 뭐라고 써있는 거예요?"에 눈물이 말랐다는 말, 그리고 우리는 음악이 좋아 모인 동창생이니까 지금의 헤어짐은 졸업이라는 말. 입학을 함께 했던 나의 시작, 그리고 이들의 끝. 무엇보다도 뜻깊은 공연이었다. 어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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