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의 환상을 위하여


-소설 N.E.W.를 읽고.-


 모든 것이 지나칠정도로 그럴듯하다. 세상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기묘함을 받아들인다. 조금씩 망가진 톱니바퀴들이 묘하게 맞물려 균형을 이룬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은 세상 속을 그들은 살아간다. 문장은 그 틈을 날카롭게 베어 단면을 보여준다. 작년의 "더 나쁜 쪽으로"이후 첫 장편인 이 책은 '더 나빠진'이후의 몰락한 세상을 그려낸다. 

 오손그룹 회장 정대철의 아들 정지용은 세간 사람들의 눈에 백치에 가까운 무능한 인물이다. 그는 어떤 의욕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소모하며 그저 있을 뿐이다. 최영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다. 아름다운 외모, 높은 학벌, 그리고 야심. 그녀는 야심을 위해 지용과 결혼하고, 지용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잘못되어가고있음을 느낀다. 이하나는 그저 독특한 패션센스를 가진 유투브스타였지만 지용과 만나고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하늘로 끌어올려졌다.' 만남이 지속될수록 그는 지용의 돈에 중독된다. 그러나 지용은 단지 하나에게 흥미를 느껴 하나를 만날 뿐이다.  그는 특별한 변화를 원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기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길 원한다. 교차할 리 없었던 욕망의 교차와 부자연스러움의 증대. 이 기묘한 흐름을 끊어내는 것은 뜻밖의 선택이다. 

 지용은 어떤 상식도 관념도 없이 비어있는 인간이다. 결핍된 그의 모습은 끝내 식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결핍을 채워주었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그는 이 이후 놀랄정도로 빠르게 하나에게 흥미를 잃었을 뿐이다. 영주는 자신을 옭아매던 것을 자신의 손으로 버린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완벽한 모습으로 다른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오손그룹의 정상을 차지한다. 새로운 세상엔 새로운 환상이 필요하기에. 그들의 껍데기는 견고한 거짓으로 만들어져 아닌 체 하며 사람들을 흔든다. 지용의 아버지 정대철이 그랬듯이. 사람은 바뀌지만 텅 빈 채로 현혹하는 장막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겨진 하나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녀는 지용을 기다리지만 그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고, 그가 쓴 편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제멋대로 써갈긴 장황한 변명에 가까운 이별문에 그녀는 이것이 마지막임을 직감하며 말한다. 고마워요, 맛있게 먹어줘서. 


 다시. 모든 것이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다. 그럴듯한 단어로 만들어진 모래성. 미쳐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척, 아니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 처럼 세상을 떠돈다. 물질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드는 존재처럼 보이고, 그것을 갖지 못한 이들은 마치 소모품처럼, 거짓에 쉽게 넘어가는 허깨비처럼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는다. 껍데기 뒤에 숨은 괴물은 하나의 팔을 삼키고, 아버지를 삼킨 채로 여전히 그자리에서 눈을 번뜩인다. 욕망으로 가득찬 세상, 결국 갖지 못한 자는 가진 자의 먹이가 될 뿐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찬양하고 숭배한다. 내일은 자신이 먹이가 될 줄도 모른 채. 그리고 괴물은 여전히 삼킬 것을 찾아 눈을 빛낸다. 그들의 환상은 끝나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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