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도쿄 여행기下

20170210-0217


2.13

 이 날도 조식뷔페에는 이상한 국이 나왔다. 약간 육개장같았다. 일본에서도 육개장을 먹나? 잘은 모르겠지만 도저히 토스트에 먹을 맛은 아니었다. 이 사람들 무슨 생각하고 국 내놓는지 모르겠다.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 대신 우리집 이오리

 그곳은 한여름 동경. 키치죠지의 작은 골목~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키치죠지의 검은고양이. 그냥 길가다가 만난 고양이가 성격이 나빠서 만지지 못하게 해서 화자가 삐졌다는 노래. 이 노래를 듣고 나는 키치죠지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가기 전에 키치죠지가 무대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도 하나 봤다. (그 동네에 있는 유명한 공원 연못에 256명의 사람들이 집단자살하는 영 좋지 않은 내용임) 키치죠지 역에서 내리자마자 일단 공원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미국식 목조 인테리어에 일본풍 양식 요리를 팔고있는 기묘한 곳이었다. 할머니 한 분이 혼자 TV를 보고 계셨다. 적당히 시킨 하이라이스는 맛있었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하나미로 유명하고(이하생략) 뭐 그런 말이 길게 적혀있었는데(※위키 참조) 겨울이라 하나미는 무슨... 바람만 열심히 불었다. 애니랑 정말 똑같이 생겼더라. 열심히 들고다니던 이오리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공원 뒤쪽으로 지브리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나는 예약도 안했고, 다녀온 동생이 실망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거긴 생략! 아무데나 간다! 골목을 따라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평범한 일본의 사람사는 동네 느낌이 가득하다. 단독주택 담장너머로 동백꽃이 보이고, 집집마다 걸린 문패를 보며 오래전의 외할아버지 집을 떠올렸다. 꽤 오래전엔 국내에서도 문패를 종종 본 것 같은데. 다 어디로 갔을까? 시간이 시간인지라 골목은 온통 집으로 돌아가는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지금이 방학이 아닌가보다.(이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고딩이 언제 학교가는지 잊었다.)

 길가에 예쁜 가게들이 많았지만 차마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작은 가게를 구경만 하고 나오는 일은 왠지 미안하다. 별 것 아닌데도. 대신 엄청 큰 나무가 심어진 공터에 들어갔다. 유치원생 몇 명과 그들의 부모가 하하호호 웃고있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구경을 하고있는데, 웬 부부가 까만 개를 데리고 와서 프리스비를 던지고 놀더라. 개의 물어오기 실력은 엄청났다... 갑자기 집에서 자고있을 고양이가 생각이 났다. 아마 걔한테 저런거 시키면 거들떠도 안보겠지. 

 사실 키치죠지에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다음에 일본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가보고싶은 동네다. 


2.14

 이 날 조식뷔페는 포기했다. 워낙 늦게 일어나버려서. 대신 점심으로 연어덮밥을 먹었다. 만족스러운 하루의 시작이다. 

콜라보 카페 체험기!

 오타쿠 여행의 포인트는 역시 오타쿠스러운 체험이 아닐까 하는데, 역시 뭐니뭐니해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 콜라보 카페다. 그러나 나리타에 도착한 그날까지도 나는 내가 콜라보 카페에 가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고있지 않았다. 가고싶다고 말을 하긴 했었지만 예약을 전혀 안했으니까... 그런데 이 오타쿠 여행에 큰 도움을 준 J양이 "너 아니메이트 카페 안갈래?"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가면 나야 땡큐죠!!! 그렇게 2월 14일 저녁시간으로 예약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신작 아이돌애니 <마지날#4 키스에서 창조되는 빅뱅>의 카페에 매우 급하게 가게 되었다. 애니도 급하게 다 챙겨봤다. 아이고 급해라... 짧게 애니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원작이 다해준다는 말이 사실이고, 파란머리 친구가 너무 귀엽고 이상하다. 그리고 삼주스는 마시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아무튼 하루의 시작인 프리파라(2400엔 조짐)를 하고 나니 이미 시간이 애매하게 흘러있어서, 오늘은 어디 가지 않고 이케부 안에서 놀기로 했다. 트위터에서 갑자기 맥도날드 치즈스틱이 핫해져 있어서 왠지 치즈스틱이 먹고싶어진 나는 역 앞 맥도날드에 치즈스틱을 찾으러 갔는데, 치즈스틱은 없었다. 일본 맥도날드 어리석은 자들..치즈스틱을 팔지 않다니.. 대신 삼각초코파이를 한번 먹어보았다. 괜히 먹었어..

 저녁시간이 되어 도착한 아니메이트 카페는 어쩐지 낯선 세상이었다. 그냥 있기만 해도 즐거운 느낌? 자리에 앉자 알 코스프레한 직원이 처음 왔냐고 묻고는 설명을 해주는데, 말이 어찌나 빠른지 반도 못알아들었다. 저는 일본어 실력이 있다 말았습니다.. 천천히 말해주세요.. 나중에 다른 직원이 와서 쉽게 다시 설명해주었다. 전날에도 느낀 거지만 일본 사람들 말 너무 빠르다. 어쩌면 내가 말을 천천히 하는 편이라서 더 적응이 안되는 걸지도. 예전에 교지 MT가서 다들 말이 너무 많다고 시간정해놓고 말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빨리말한 적 있었는데 그때 전편집장이 나한테 "와 너 이렇게 빨리말하는거 처음봐"라고 했었다.. 말 그거 빨리해서 뭐하지요.. 천천히 살자..좀...

 저녁이니 뭔가 먹어야겠다 싶어 만만한 치킨카레와 파란머리친구 루이의 음료메뉴인 블루베리 모히또를 시켰다. 카레는 역시 불패메뉴답게 괜찮은 맛이었고, 블루베리 모히또는...난 널 믿었는데.... 모히또가 원래 그런건가, 아님 이것만 그런건가 알수는 없지만 영 밋밋한 맛이었다. 한번 기념삼아 사본 아크릴 키홀더는 노리고 있던 파란머리 친구들 중 하나인 카나데 남동생(아루토)이 바로 나와주었다. 안나오면 트레이드 해보려고 했는데 왠지 아쉽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아까 그 말 빠른 직원분(ㅋㅋㅋㅋ)이 발렌타인데이니까 사탕을 주었다. 별모양 사탕에 쌍둥이 색이었다.


장난감 상자에는 장난감이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배송시킨 프리파라 장난감(마이크, 사이륨 챰)을 받으러 들렀다. 편의점 배송은 처음해보는지라 조금 헤맸다. 그리고 맞닥뜨린것은 뜻밖의 대금상환... 편의점에서 돈 내고 받을 수 있다니 편하겠다고 잠시 생각했던것이 무색하게 수수료가 잔뜩 붙어있었다. 결제수단 확인을 생활화 합시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상자를 뜯었다. 아마존도 과대포장을 참 잘한다. 그럼 내일 낮에 건전지 사서 가지고 놀면 되겠지! 희망적인 마음으로 잠에들었다. 사이륨챰의 진가를 알지 못한채...


2.15

 체크아웃 후에 숙소를 옮겨야 하니 일단 일찍 일어났다. 조식뷔페 국은 무슨 야채와 생선의 풍미가 나는 멀국이었는데 건더기의 생선풍미라 생각했던 것은....참치캔인것 같더라... 참치캔 건더기를 씹자마자 기분이 확 나빠졌다. 아니 씨발 진짜 무슨 생각하고 국을 만드는거야 궁금할지경이다.


사이륨 챰, 뭐가 문제임?

 짐을 잠시 숙소에 두고 장난감 두 개를 챙겨 프리파라를 하러 나섰다. 우선 설명서에서 본대로 게임기에 최신티켓을 꽂기 전에 챰과 통신을 시키는데... 분명 나는 플레이 하면 챰의 랭크를 계속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꾸 랭크가 초기화 된다. 초기화되는 것만 5번은 본 것 같다. 오히려 멀쩡하게 작동하는 쪽은 마이크였다. 마이크를 쓰면 자꾸 쥬리가 나오는데 쥬리가 나와도 그리 기쁘지 않은것이, 어차피 마이크 코디들 중 하나가 출력될 뿐이다. 마이크 코디가 생각보다 예뻐서 나쁘진 않았지만 굳이 뽑고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뒷맛이 씁쓸한 오늘의 프리파라를 마치고 무거운 책짐이 든 캐리어를 끌고 아사쿠사로 출발했다.


아사쿠사로 가는 고통의 길

 나중에 안거지만 내 캐리어 무게는 대략 18.5kg... 이미 LCC의 무료 위탁수하물 기준을 넘은 무게다. 어차피 땅콩 타니까 무게 신경 안쓰고 다니긴 했지만 20kg 가까운 무게가 쉽진 않더라. 끌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원래 이날의 계획은 가는 길에 우에노에 들러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퇴근시간 만원지하철을 캐리어와 함께 타야한다. 그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에노는 생략하고 곧장 아사쿠사로 향하게 되었다. 아사쿠사로 가는 길은 계단과 계단과 계단과 계단의 연속이었다. 속으로 욕을 얼마나 많이했는지 모른다. 건축에 있어서 유니버셜 디자인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씨발. 어디선가 들었던 수업 내용이 머릿속을 스치고, 입가에 스치는 욕을 입밖으로 내뱉으며 기어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날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실수로 엘리베이터 없는 출구로 나가서 계단만 100개를 넘게 올라갔던 아사쿠사 역 A3번 출구였다. 씨발 진짜... 게다가 숙소는 어찌나 외진지. 어찌저찌 잘 찾아가긴 했는데, 체크인은 3시부터란다. 그 당시 시간 2시 45분. 애매한 시간이었고, 나는 그냥 짐을 두고 나와버렸다. 우에노에 갈까, 아사쿠사를 먼저 구경을 할까. 고민하며 우선 아사쿠사를 돌아다녔다. 실크푸딩은 정말 맛있었고, 카미나리몬과 그 옆 절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날만큼 한국어를 많이 들은 날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미술관이 닫을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우에노행 지하철을 탔다. 가서 뭘 했을까? 

 우에노 공원 한바퀴 돌고 역 앞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프리파라를 했다.. 무려 카미가챠스폿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미쥬얼은 당첨되지 않았다. 


2.16

리벤지 포 오다이바

 "리벤지 타임 가져라"

 "시발ㅋㅋㅋㅋ 뭐에 리벤지를 해요"

 "음.... 근처에 암것도 없는 빅사이트에..."

 그런 이유로 나는 빅사이트에 리벤지를 하러 오다이바를 다시 찾았다. 사실 관람차 타고 떡인지 읽을 생각이었는데 역시 영 힘들어서.. 토이저러스에서 프리파라를 한 후에 오오에도 온천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토이저러스에서 했던 프리파라는 그동안 한 게임중 제일 힘들었다. 조명도 구리고 의자도 없고. 기어이 그날의 할당량[각주:1]을 채우겠다고 1600엔어치를 플레이한 게 신기할 지경이다... 우우... 정말 힘들었다. 온천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벌써 벚꽃이 피어있더라. 도쿄 정말 좋은 동네다. 벌써 꽃도 피어있고..서울은 너무 춥다. 

 온천에는 사람이 많았다. 유카타를 받아서 들어오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입는거지 싶었다. 어찌저찌 입고 나가긴 했다. 분위기 굉장히 북적북적했고 사람이 많았다. 하라주쿠에서 안먹었던 크레페를 여기서 먹었다. 다들 콜라보 음식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를 하는데 콜라보 아닌 음식은 생각보다 멀쩡한 것 같았다. 크레페를 다 먹고 야외 족욕탕으로 나갔다. 멍하니 앉아있다가, 트위터 하다가, 사진 좀 찍다가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는 조금 추워질 쯤 안으로 들어왔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맛없기 힘든 메뉴를 선택했다. 야끼소바. 

 9시가 되기 전쯤 밖으로 나왔다. 미리 표를 안사고 그냥 갔더니 입장료가 매우 비싸더라..허허...다음에 올 일 있으면 예매하고 가야지..


2.17

 벌써 집에 가는 날이라니 일주일이 짧긴 짧다. 급하게 삼각김밥 두개를 사서 물고 우에노로 향했다. 케이세이 본선쪽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넣고 마지막 프리파라와 가족들 선물...(과연 이게 가족들 선물일까 내가 그냥 사보고 싶었던 것들일까...)을 사러 간다. 마지막날에 기어이 코디표의 빈칸을 몇 개 더 채워넣었다. 다행이다. 끝까지 안나온 것들은 정말 징하다. 용서하지 않으리... 

 출국날 공항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는 일찍 왔는데, 역시 귀국행 비행기로 가는 길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지루할정도로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비행기 내 앞자리에 어린애들은 정말 시끄러웠다. 제발 울지말고 조용히해줄래ㅠㅠㅠㅠ 

 무거운 짐을 끌고 집까지 기어이 돌아왔다. 정말 힘들었다. 책은 옮기는 거 아니라던데 정말 맞는 말이다. 다시 갈 일 있으면 책은 안된다 책은 안돼....!(죽어감...)

  1. 마음속으로 정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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