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영화 대신 봐 드립니다.>
‘시간은 금이다.’ 라는 금언이 있죠. 그런 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방법에 뭐가 있을까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쓰레기영화 보기”를 꼽고 싶습니다. 쓰레기영화, 그거 참 악독합니다. 보는 사람의 시신경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하더군요. 그럼 굳이 안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사실 그게 정답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같다는 말을 들을수록 궁금증은 더욱 더 불타오르잖아요?
‘쓰레기영화’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최근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부터 2000년대 초반의 ‘주글래 살래’, 그리고 더 멀리는 남기남 감독의 급히 찍어낸 작품들까지. 앞으로 러비에 페이지가 남는 한 저는 이런 영화들을 계속 소개할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위험한(?) 궁금증을 채워드리기 위해서! 혹시라도 소개되었으면 하는 쓰레기영화가 있으면 메일로 제보바랍니다.
#1-주인공 이동준을 “환상의 똥꼬쇼”로 내몬「클레멘타인」
이제는 쓰레기영화계의 고전이 된 바로 그 영화,「클레멘타인」입니다. 포스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신파조가 인상적입니다. 중앙에 대문짝만하게 들어간 스티븐 시걸에 대해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는데, 포스터에 그렇게 크게 나와 있지만 그의 분량은 채 5분이 안됩니다. 그런데도 제작비의 2/3이 그의 출연료에 쓰였다죠. 이것 참…….
전체적인 연출과 영상은 2004년 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수준입니다. 줄거리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신파극인데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인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신 “왜?!”를 외치게 만듭니다. 게다가 개그랍시고 넣은 다수의 장면들은 놀랍게도 전혀 웃기지 않아 헛웃음만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없어도 스토리 진행에 전혀 지장 없습니다.
전직 태권도 챔피언이었던 주인공 형사 승현은 홀로 딸 사랑이를 키우며 살아갑니다. 딸은 엄마가 없지만 무척 밝고 싹싹해서 처음 보는 이웃 아줌마 임 검사와도 쉽게 친해집니다. 승현은 정의감이 지나치게 투철해 악당들과의 싸움에 계속 휘말리다가 형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돈이 없어진 그는 조폭의 꼬임으로 도박격투에 몸담게 되지요. 조폭을 눈여겨보고 있던 검사는 승현을 검찰청으로 부르고, 그곳에서 이웃집 임 검사와 승현은 우연히 마주칩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부부였습니다. 그녀는 사랑이는 자신의 딸이니 자신이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아빠와 떨어져야할지도 모른다는 슬픔에 사랑이는 야밤에 뒤뜰에서 동요 클레멘타인을 부르는데…, 좀 뜬금없네요.
어느날 집에 돌아온 승현은 사랑이가 없어졌음을 알고 도박격투를 주선한 조폭 두목을 찾아갑니다. 두목은 비행기 표를 던져주며 아이는 미국 놈들이 데려갔으니 반드시 잭 밀러(스티븐 시걸)과의 대결에서 져야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미국으로 가는 사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검찰이 조폭을 일망타진합니다. 임 검사는 승현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무척 허술한 미국 조폭의 경계를 뚫고 사랑이를 구해내죠. 잭 밀러와의 대결에서 사랑이를 위해 지려하던 승현은 풀려난 사랑이의 간절한 외침 “아빠! 일어나!”에 벌떡 일어나 이겨버립니다. 정말이지 눈물 없이 볼 수 없...긴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하는 세 사람 앞에 갑자기 나타난 잭 밀러는 “Taekwondo is state of mind”라는 헛소리와 챔피언벨트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렇게 사랑이의 가족사랑 설교와 함께 영화는 허무하게 막을 내립니다.
줄거리만 보면 우연 투성이에 촌스러울 뿐 쓰레기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훌륭한 쓰레기로 만들어주는 포인트는 저 사이에 삽입된 무의미한 장면들과 이해를 어렵게 하는 허술한 연출, 그리고 뻣뻣한 연기니까요. 누가 「주글래 살래」 감독 아니랄까봐 쓸데없이 더러운 장면도 무척 많습니다. 혹시나 삶이 너무 아름답다면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잊고 있던 분노를 깨닫게 해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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